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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 / WH in JAPAN : 머릿말

2015.11.20 04:20 조회 수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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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ance of Winter (20151019 @Tachikawa, Tokyo, Japan. by iPhone 5)

 

 

 "벌써 두 달이네."

 

여느 때와 같이 10시쯤 어슬렁 기숙사 건물을 나와 자판기 옆 재떨이에서 창희와 담배를 피우며 내가 한 말이다.

 

그래,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여기에 오기 위해 많은 인터넷 검색을 하고, 한 권의 책을 읽고, 그리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정보를 모아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생각으로 힘차게 발을 내딛었지만, 사는 게 생각한것 처럼 잘 되는 법이 없는 것이다.

 

그 동안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오며 키워 온 버릇들은 아직도 나의 근성을 갉아먹고 있다.

 

한국을 떠나며 한 어머니와의 약속은 깨진 지 오래이며, 집은 아직도 식객 노릇중이다. 아, 세탁이나 빨래 개는 요령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일은 한 달을 채우지 못 하고 무단결근 후 퇴직 처리중이며, 일을 안 나간 지 2주가 되어 가지만 아직 구인지나 웹사이트도 펼쳐보지 않았다.

 

일단 좀 쉬어야 한다, 친구들이 왔으니 일단 놀고 생각하자 등의 핑계를 대는 잔머리만큼은 서울대급이다.

 

그러면서도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에게는 잘 사는척, 일이 힘든 척, 내가 일본에 온 것이 헛걸음이 아니라고 애써 연기를 하고 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비웃으며, 애써 해야할 일을 외면하고 할 일이 없을까 찾아다니는 동안, 시간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보통 잘 된 일만을 얘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20살이 된 이후 나의 삶에서 잘 되었다고 할 만한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저 학교라는 껍데기만 남은채, 아무것도 없는 삶을 헤엄쳐 가고 있엇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홀로 서야만 하는 때에 아직도 나는 무한정이지도 않은 샘물을 끌어안고 '힘들면 여기로 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저, 굴러가는 중이다.

 

여느 때 처럼 이런 생각으로 잠이 안오던 중, 문득 내가 배를 타기 전에 어머니가 해 주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짧게라도 좋다.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그대로 적고, 너의 생각을 적으면, 그것은 언젠가 너의 역사가 된다.'

 

언제나 처럼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은 뒤엔 언제나처럼 스스로에게 핑계를 대며 못 들은 척, 못 하는척 나에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

 

꼭 잘 된것 만이 역사는 아니다. 어떤 나라가 어떤 나라에게 정복당한 것도 역사이며, 나라가 망한것도 흥한것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는 것이다.

 

펜은 아니지만, 키보드를 잡았다. 나의 '실패담'을 써 보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니면, 그것은 소설이며 허구이다. 이 글을 쓰면서, 조금이라도 진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라 한 달 정도 전의 일은 까먹기 일쑤이고, 우연히도 내가 일본에 오고 나서 2주정도 간격으로 새로운 생활이 있었기에,

 

앞으로 쓸 글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 장(章)에 2주 가량의 이야기들을 써 나갈 예정이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거짓이 없이, 내 생각 그대로를 써 나가 보겠다.

 

내가 다시 한국에 돌아 갈 날까지 이 글이 계속될지는 아직 의문이지만, 나의 이야기의 완성을 위해, 조금 늦더라도, 최선을 다해 보겠다.

 

 

 

AD 2015. 11. 20. 東京都小平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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